돌산갓 산업화는 고품질 돌산갓 재배로부터
시작되어야
돌산갓김치는 독특한 향과 맛 때문에 여수 대표 음식물 중 으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독특한 알싸한 매운맛에 돌산갓김치 애호가가 생길 정도로 돌산갓김치는 이제 여수를 벗어나 전국적인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수시에서는 돌산갓김치뿐만 아니라 돌산갓 종자개발, 돌산갓 물김치, 돌산갓 파이, 돌산갓 장아찌, 돌산갓 쌈채 등을 개발하여 돌산갓에 대한 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가공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원재료인 작물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최종 제품의 품질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달리 말하면 돌산갓김치 품질은 양념류나 가공 기술 이전에 농민들이 밭에서 돌산갓을 어떻게 길러내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돌산갓 산업화의 시초는 고품질 돌산갓 재배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그 근본은 토양과 재배방법에 달려 있다.
필자가 고품질 돌산갓 생산을 위해 10여 년전 돌산지역 토양을 도로변, 해안지대, 산지, 평야지 밭에서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각 지역별 토양 성분 분석값이 너무 다르게 나왔다. 예를들어 산지의 토양 pH는 약 4.8 정도이었지만 평야지 토양 pH는 7.7 정도이어서 편차가 심하였고 토양내 칼슘이온이나 마그네슘 이온 함량도 서로 달랐다. 갓(Brassica juncea Czerniak et Coss)은 십자화과에 속하는 경엽 채소류로 중앙아시아 지역이 원산지이며 유기물이 풍부하고 토심이 깊으며 토양 산도가 6.0~6.8 정도에 잘 자란다. 따라서 pH가 낮은 산지토양은 석회질비료를 시비하여야 하고 pH가 높은 평야지 토양은 더 이상 석회질비료를 시비하여서는 안된다.
돌산갓김치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돌산갓김치 제조시 돌산갓 생체 문제에 대해 서로 인식하고 있었는 데 주요 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옛날 맛이 나지 않는다. 둘째는 저장 기간이 짧다. 셋째는 수분이 너무 많다” 이었다. 이런 갓을 농민들은 물갓이라고 하였다. 또한 희망하는 돌산갓 생체 품질 관리 목표를 물었더니 “독특한 향이 있고 키가 짧으면서 줄기는 두껍게” 라고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현재 돌산갓 재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농민들이 수십년 동안 답습하고 있는 토양관리와 재배방법을 달리하는 데 있다. 돌산갓이 옛날 맛이 나지 않고 저장 기간이 짧고 수분이 너무 많은 것은 하늘과 관련 있다. 즉 충분한 햇빛을 받지 못하여 제대로 커지 못하고 너무리 웃자라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 빨리 키우기 위해 스프링클러로 물을 급수하고 요소비료를 살포함으로써 돌산갓은 급속도로 연약하게 자란다. 또한 돌산갓 씨앗을 밭에 직접 파종함으로써 모가 빽빽하게 나고 아무리 잘 솎아낸다하더라도 갓은 밭에서 빽빽하게 자란다.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한 갓은 연약하게 자라기 때문에 병해충 피해도 많을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씨앗 파종을 밭에 직접하지 않고 돌산갓 씨앗을 상토가 충진된 포트에 넣고 20여일 동안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뒤 밭에서 배추 심듯이 일정 간격으로 심었다. 또한 칼슘, 마그네슘, 유황 및 미량요소가 들어 있는 토양 영양제를 돌산갓 심기 전에 밭토양에 넣어주고 깊게 갈아주어 돌산갓 품질을 좋게하였다. 그 결과 놀랍게도 돌산갓은 방해요소 없이 햇빛을 충분히 받아 뿌리는 배추뿌리처럼 곧게 내려갔고 잎은 배추잎처럼 넓게 자라게 되었다. “독특한 향이 있고 키가 짧으면서 줄기는 두껍게” 라는 품질 목표가 단번에 해결되었다.
돌산갓 재배방법 이외 토양 영양 성분으로 돌산갓 품질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돌산갓에는 시니그린(sinigrin)이라는 성분이 있다. 돌산갓김치를 먹을 때 입안에서 톡쏘는 매운맛을 내는 성분이다. 이 시니그린(sinigrin) 성분 안에는 유황 성분이 두 분자나 들어 있어 유황 성분이 적으면 독특한 향이 적어진다. 갓이 물러지는 현상은 식물 세포벽과 관련있다. 칼슘은 식물 세포벽 구성 성분으로 식물체의 골격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여 돌산갓 생체에 칼슘성분이 부족하면 쉽게 세포가 파괴되어 돌산갓 안에 있던 수분이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마그네슘은 식물의 광합성과 관련있는 엽록소 구성성분으로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충분한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되어 돌산갓의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돌산갓은 엽채이기 때문에 마그네슘을 충분히 공급해주어야 한다. 붕소는 배추, 무, 브로콜리, 겨자, 갓, 청경채 등과 같은 십자화과 작물에는 부족하기 쉬운 성분으로 만약 부족시 줄기의 생장점이 붕괴되고 유관속이 파괴되며 뿌리의 생장이 극도로 나빠지고 갈변한다.
하지만 붕소는 미량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많이 시용하면 안된다. 이런 성분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영양소를 골고루 뿌려주어야 한다. 어떤 성분이 좋다고 하여 과잉으로 뿌리면 문제가 발생된다. 또한 현 질소, 인산, 칼리 3요소 비료 시비에서 탈피하고 토양 검증을 통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고 남아도는 영양소는 적게 주어 토양 내 영양소의 발란스를 잘 유지해주어야 고품질 돌산갓 생산이 가능하다.
하병연 이학박사, 시인
국립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