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어 주는 남자
징함네
임호상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아들 녀석 말을 배워
가끔씩 내 뱉는다
‘징함네~ ’
약속시간 늦어도
취해서 들어올 때 도
‘징함네~ ’
시도 때도 없이 쓰는 것 같아도
적절하게 쓰는 걸 보니
허허, 웃음이 난다
알고나 하는 말일까?
아들 눈에 무에 그리 징할까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그 녀석 참 ‘징함네~ ’ 하는데
뉴스를 보며 어머님도 한마디 하신다
‘징함네~ ’
세상
참,
징함네 ~
////詩詩한 이야기
-미워 할 수도 없는 이 웬수, 어쩌면 좋아
우동식시인
징함네는 징하다는 뜻이다.
‘징하다’는 ‘징그럽다’의 전라도 방언이다.
징그럽다는 만지거나 보기에 소름이 끼칠 만큼 끔찍하게 흉하다는 뜻이다
동의어로 ‘징글징글하다’는 것이다.
어머니도 아내도 아들도 하는 말 ‘징함네’
여기서는 그 시어가 정겹게 들린다. 끈질기네, 정말 대단하네, 미워 할 수도 없는 이 웬수, 어쩌면 좋아, 걱정과 근심 안에는 미움과 원망보다도 사랑이 짭쪼럼하게 배여 있다.
‘세상 참, 징함네 ~’
그러나 요즘 시대를 가만히 보면 자꾸만 이 구절이 촌철살인으로 다가온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고 넋두리 인양 하소연 인 듯 욕인 듯 중얼거리게 된다.
일반 상식과 보편적 시각을 넘어서는 어떤 일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곧 잘 징함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세월호 침몰 사건의 진실이 아직도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음을 보고 그 단어를 생각하게 되는 데 그때 이미 책임을 지고 우리 눈에 사라져야 할 지도자가 정당이 버젓이 뻔뻔하게 큰 소리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징글징글하다.
10월19일이 여순 항쟁 71주년이었는데 근 현대사만 보더라도 국가 공권력에 의한 국가 폭력이 그렇게 많았고 반복 되는 것을 보면서도 그 단어가 생각난다.
제주4,3항쟁, 여순 항쟁, 함양. 산청. 거창 민간인 학살사건, 대전 골령골 민간인학살사건, 대구 10월 항쟁, 부마 항쟁, 광주5,18민주화 항쟁 등 반복되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국가폭력, 민간인 학살 참, 징하다.
일제 강점기 일본 앞잡이 노릇 하던 친일 정치지도자, 경찰, 공무원, 언론인, 문학인, 경제인 등 해방 후에도 청산 하지 못한 그들과 그 후손들의 잔재가, 토착 왜구가 아직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설치는 것을 보면 또 이 시어가 생각난다.
개검(狗劍), 떡검, 견찰(犬察), 기레기, 쓰레기 같은 신조어가 난무하는 것도 자기 밥 그릇 지키기와 유전무죄 무전유죄, 강한 자 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 에게는 한 없이 강한 모습으로 비친 그들의 모습이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처절하게 자기 기득권 유지를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참, 징함네가 절로 나온다.
‘시도 때도 없이 쓰는 것 같아도 적절하게 쓰는 걸 보니 허허, 웃음이 난다 ’는 시인의 말에는 어머니의 언어가 아내의 언어로 아들의 언어로 유전됨을 예리하게 통찰 하고 있다.
마치 역사의 유전자가 그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듯이
언어의 온도와 언어 속에 들어있는 뼈는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징글징글한 어떤 연결 고리는 과감하게 끊어버리고 도려내야 함을 넌지시 건네고 있다.
세상, 참, 징함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