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비가 오면 얼마의 물이 나의 농경지에 떨어진 걸까?
1mm 강우량은 1㎡당 1ℓ에 해당되며 무게는 약 1kg이 된다. 농경지 1ha(3,000평)에 비가 1mm 정도 내렸다면 내린 물의 양은 10,000kg, 즉 10톤이 내렸다는 말이다. 가뭄 해갈에 필요한 강우량이 약 30mm 정도인데 내 농경지 1ha(3,000평)에 300톤의 빗물이 내려야 어느 정도 가뭄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우량은 약 1,200mm 정도 된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이 22만㎢ 정도이어서 연간 약 1,140억톤의 빗물이 내렸다는 말이 된다. 세계 연평균 강수량은 약 880mm 정도 되어 우리나라가 1.4배 정도 높지만 여름철에 50~60% 정도 치우쳐 있어 봄, 가을에는 가뭄이 심하고 여름에는 많은 비로 인해 수해를 입기도 한다.
농경지에 비가 많이 내려 많은 물이 토양에 가해지면 토양은 일시적으로 포화상태로 있다가 일부 물은 지하로 빠지고, 일부는 지상으로 증발하며, 일부 물은 토양 입자에 달라붙어 있다. 그러다가 전체 토양 공극의 약 절반 정도 물이 남으면 이때 포장용수량에 도달된다.
포장용수량(圃場容水量; field capacity)은 중력수를 제외한 토양이 보유하고 있는 물의 최대량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작물의 생육에 가장 적합한 수분조건이다. 포장용수량에서 작물의 성장 속도가 가장 좋으므로 수분 함량을 여기에 맞추는 것이 좋다.
화분에 물을 줄 때 화분 밑바닥까지 물이 흘러나오도록 흠뻑 주라고 추천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을 흠뻑 주면 물은 포화상태로 있다가 금방 포장용수량에 도달된다. 이렇게 되면 화초는 물을 최대한 이용하게 되어 잘 자라게 된다. 포장용수량보다 물이 많으면 토양 내 산소 부족으로 뿌리가 호흡을 제대로 못하게 되고, 포장용수량보다 물이 적으면 수분 부족으로 작물 성장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생명체는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특히 물은 작물체 구성 성분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면 생장 중인 작물은 얼마만큼의 수분을 가지고 있을까? 보통 작물체 전체 중량의 70~80% 정도가 물로 되어 있다. 작물체 중에서도 생장 중인 줄기ㆍ뿌리ㆍ어린잎 등의 젊은 조직에는 90% 정도의 수분이 함유되어 있고, 늙은 조직일수록 수분 함량이 적다.
따라서 내 농경지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체 무게가 약 100톤 정도 된다면 작물은 약 75톤 정도의 물을 지상에 보유하면서 내부 펌프질(증산작용)로 끊임없이 공중으로 물을 내뿜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비를 가장 경제적으로 지상에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천연 빗물 저장고인 작물이나 나무를 많이 심고 가꾸는 것이다.
여름철 가장 무더운 지역이었던 대구시가 취한 특단의 조치는 도시 가로수를 심어 지상에 천연 나무 물탱크를 설치함으로써 여름철 최고 무더운 지역이라는 오명에서 탈피하게 되었다. 아파트 한 채 세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하늘에서 내려준 물을 경제적으로 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옥수수 한 대 키우는 것이 더 소중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하병연 이학박사, 시인
국립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