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신병은의 문화예술칼럼 - 여수의 섬은 날마다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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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병은의 문화예술칼럼 - 여수의 섬은 날마다 자란다

-권진용, 문경섭, 박동화, 박성태, 조종현...다섯 작가의 '섬섬여수전'

-권진용, 문경섭, 박동화, 박성태, 조종현...다섯 작가의 '섬섬여수전'

 

[크기변환]'그림 내 마음대로 읽기' 펴낸, 신병은 시인2.jpg

>신병은 시인
 
# 프롤로그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전문

삶은 본질에 앞서 관계다.
관계는 연결과 단절의 두 가치개념을 내포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파악되는 내용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멀다’ 혹은 ‘가깝다’는 거리도 있다.
이때의 거리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서적 거리다.

강재윤 시인은 그의 <섬맛 기행>에서 섬은 아무리 작아도 그 자체로 하나의 왕국이라며 섬으로 가는 길은 여권 없는 해외여행이라고 했다.
이렇듯 섬은 여수의 미래를 잇는 가치개념으로 자리해 왔고, 특히 요즘의 포스트코로나로 인해 섬은 삶의 내일을 예견하는 로드맵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섬은 섬일 때 가장 빛난다.
섬은 그 자체로 빛나는 살아있는 ‘생’이다.

여기에서 섬만 섬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할 것 없이 흐르는 것은 다 섬이 된다. 
시간도 공간도 인간도 나무도 풀도 꽃도 그 자체로 섬이 된다.
섬의 확장이다.
여수의 섬은 날마다 자란다.
화가들의 작품속에서 자란다.

나는 너의 섬이고 싶다.
 

[크기변환]신병은 -조종현 시간-기억.jpg

>조종현작가. 시간-기억
 
# 섬섬여수

‘섬섬여수’는 여수의 브랜드 네이밍이다.
여수의 365개 섬과 섬섬옥수纖纖玉手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중의적 의미의 네이밍이다. 물론 섬 하면 목포신안의 천사의 섬을 떠 올릴지 모르지만 여수만큼 섬다운 섬의 원형을 갖지 못했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 여수를 방문했던 오탁번 시인은 여수麗水를 ‘아름다운 女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고울 麗를 여자 女로 표기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오래전부터 ‘섬섬여수’의 중의적 의미를 간직해 왔다고 본다.

섬은 아름답다.  
여수의 섬은 더 아름답다.

거문도, 연도, 초도, 안도, 화태도, 개도, 낭도, 월호도, 금오도, 사도, 여자도, 오동도, 적금도, 추도, 상화도, 하화도, 백야도, 묘도, 달천도, 장군도, 대경도, 소경도, 손죽도, 장도, 백도, 조발도, 힛도, 평도, 대두라도, 소륵도, 문여, 대횡간도, 소횡간도, 서도. 제도, 모개도, 자봉도, 수항도, 송도, 운두도, 볼무섬, 나발도, 장사도, 두라도, 가덕도, 삼간도, 둔병도, 동도, 하백도, 외치도, 간도, 대삼부도, 소부도, 역만도, 노도, 소락도, 시루섬, 목도, 두력도, 오도, 작도, 소삼부도, 장재도, 상백도, 방끝, 소운두도, 삼섬, 서치도, 까막섬, 문도, 조도, 부도, 보찰여, 대부도, 용섬, 밤섬, 손죽열도, 모기여, 섬목도, 오란도, 가장도, 소평도, 금죽도, 동굴섬, 알마도, 단도, 서목섬, 대마도, 무구나무섬, 나무여도, 수항도, 죽도, 덜섬, 송도, 소죽도, 검등여, 살피도, 갈퀴섬, 대소여, 선바위, 머그섬, 딴섬, 매섬, 매물섬, 밭업대기,밖노루섬, 복개도, 노랑도, 야도, 미섬, 흰여, 홍도, 큰여, 형제도. 장구도,  만월도, 납작도, 넓섬, 동도, 하과도, 소두도, 혈도, 검은여, 증도, 외단도, 아랫구무섬, 애기삼섬, 작은서삼여, 대바위도, 자래섬, 납계도, 작은검은여, 풍락도, 농여, 장구섬, 배다여, 오리섬, 건너섬, 반초도, 삿대걸이, 동굴섬, 윗부리섬, 안목섬, 지마도, 초리도, 대륵도, 소문도, 치도, 나룻섬, 목도, 문서, 문여, 상계도, 꽃밭등, 보든아기섬, 부도, 야도, 밖목섬, 떨꺽여, 장거리도, 큰욧등, 검둥여, 촛대섬, 윗구무섬, 상과도, 대락도, 상섬, 노적섬, 소원도, 진대섬, 둥근섬, 중륵도, 노랑가장도, 소알마도, 내치도, 서근도, 대원도, 초삼도, 술대섬, 놀리청, 말섬, 중삼도, 중경도, 마물도, 취도, 높은날섬, 오리섬. 하계도, 외삼도, 응섬, 하증도, 간수제도, 암목도, 솔거섬, 둥글섬, 소평여도, 중앙진섬, 구멍섬, 조락섬, 안노루섬, 정개도, 각시움통섬, 동퇴섬, 노적섬, 일간도, 죽도, 풍낙도 ....

섬의 이름을 부르면 한결같이 그 섬의 정겨운 서정이 안겨온다.
섬마다 섬의 이름값이 있고 과거형의 내력이 숨어있고 진행형의 섬살이가 있다.
여수가 내세울 수 있는 지속가능한 유효가치가 있다면 그 으뜸이 훼손되지 않은 바다와 섬이다.
오래된 미래, 섬은 제 각각 하나의 세상이다.
김준박사는 그의 저서 <섬살이>에서 ‘느리고 고유하게 바다의 시간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섬은 풍경이 아니라 ‘섬살이’라고 했다.

여수에는 물길 따라 열고 닫히는 365개 생일 섬도 있다.
365개 생일섬 지정 사업은 정일선 회장이 여수지역발전협의회 이사장으로 있을 때 국제섬포럼과 함께 여수의 섬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추진했던 사업이기도 하다. 이는 365개 섬의 숨은 이야기와 매력을 담아 연중 찾아가고 싶은 ‘365아일랜드’의 브랜드화를 추진했던 사업이다.
이렇게 여수의 섬은 오래전부터 자라고 있다.
지난 번 여수 국제 섬박람회 최종용역보고에서 박람회 주제를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로 제안했다. 어떻게 보면 2012 여수 세계박람회의 주제인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의 연장선에 있는 주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애기섬’ ‘안도 이야포’ 등 여수의 섬과 바다는 여순 항쟁, 한국동란이란 현대사 속 민간인 학살이란 아픈 기억도 간직하고 있다.

이제 여수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섬’이다.
이제 여수는 ‘섬섬 여수’다.
 

[크기변환]신병은 -박성태 슬픔의 시원 섬섬.jpg

 >박성태 작가. 슬픔의 시원 섬섬
 
# 삶과 쉼을 잇고 잇는 원형적 추임새

포스트코로나 이후 요즘 자꾸만 인간의 가치가 왜곡되고 전도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소외와 고독 속에 외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정치도 사회도 문화도 막혀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는 보다 열린 물길로 막장드라마, 정치인 뒷담까기 등의 가난한 생각에서 벗어나 그림스캔들, 시 스캔들, 클래식 스캔들, 트롯스캔들, 문화 스캔들로 처져있는 삶을 추켜올려주는 착한 스캔들이 있으면 좋겠다.
발목잡기 않기, 씹지 않기, 악플 달기 않기 등의 착한 스캔들로 기다려주고 보듬어주는 배려가 사라진 현실에 착한 추임새가 있으면 좋겠다.
처져있는 삶을 추켜올려주는 생산적인 추임새 말이다.

우리민족은 예부터 신명의 민족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신명을 기억하고 있다.
판소리가 그랬고, ‘대~한민국 짜잔짜잔짜’라고 외치면서 관객과 선수, 고수가 융합된 국민적 추임새는 IMF를 겪는 우리에게 엄청난 힘과 격려가 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육당의 ‘해에게서 소년에게’에서도 마찬가지로 ‘철썩철썩쏴’하는 파도소리를 통해 개화기 문명의 추임새를 넣어면서 새로운 문명을 선도하기도 했다.

추임새는 추어주는 추임새가 있는가하면 풀어주는 추임새도 있다.
판소리도 답답한 곳 맺힌 곳을 풀어주는 대목에는 반드시 추임새가 들어간다.
세상의 이치가 시작이 있고 맺히고 다시 맺힌 것을 풀면서 다시 시작하는 추임새의 순환과정이다.
파도소리가 들리는 섬에 들면 답답한 것이 환하게 풀어지고 아울러 때묻은 삶의 모습도 말끔하게 씻어주는 것도 섬의 이러한 추임새의 의미체험이 밑작업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섬으로 가는 사람은 발길은 지난 삶의 흔적과 오늘의 삶을 연결시키고 화해시켜주는 통로이자 건강한 힐링을 위한 길찾기다.
공간이 생각이 되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섬은 맑은 삶의 이야기에 대한 휴양처이면서 풀어주고 소통시켜주는 해갈의 공간이자 동화의 공간이 된다.
그래서 섬은 비단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과 곤충, 바람과 구름, 별과 어둠 사이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해와 달, 바람이 만든 시간 ......물때를 기다리는 거기 섬이 있어요 .... 섬만 섬이 아니라 혼자 있는 것은 다 섬이에요 .... 파도도 섬도 서로를 품어주고 안아주며 .... 때로는 고요하게 서로를 울어줘요 .....바람이 먼저 손잡아 주고 파도가 먼저 안아주는 여수에서는 화장기 없는 바람이 불어요 ....보셔요 여수의 섬은 민낯의 얼굴이어요

섬은 건강한 삶의 추임새가 있는 내일의 건강한 휴休다.

여수의 섬은 풍경이 있는 쉼터다.
 

[크기변환]신병은 -박동화 NATURE 바다.jpg

>박동화 작가. NATURE 바다
 
# 에필로그

섬은 점點이면서 선線이다.
섬은 유有이면서 무無다.
섬은 공간이면서 시간이다.
섬은 과거이면서 현재이고 미래다.

다섯 명의 작가가 바다와 섬을 찾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관념의 섬이 아니라, 원형의 섬을 찾아 나선다.
언어 이전의 섬을 찾고, 공간의 섬보다는 시간의 섬을 담으려한다,
오랜 시간이 머무는, 치유의 삶을 찾아 떠나는 신유배지로서의 섬, 원형적 상상력이 살아 있는 시간을 담으려 하는 통섭의 섬이다.

오랜 세월 묵묵히 그 자리에 부유하는 생으로서의 섬을 포착하고 원래적 숨소리를 담으려 한다. 그래서 지금 직면하고 있는 풀리지 않고 답답한 앞길을 예견해주는 섬살이가 담겨 있다. 섬으로 가는 그들의 발길은 일상이면서 새로운 세계를 표방하는 기호학으로서의 섬 체험,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선 주체로서의 늘 열려있는 소통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섬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열려있는 섬’ ‘삶의 추임새로서의 섬’이라는 의미체험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만난 여수의 섬은 회화적 의미체험만으로 만날 수 있는 섬이 아니다. 그림과 시와 음악과 춤, 그리고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으로 만날 수 있는 섬이다.
그래서 다섯 명의 작가가 만난 하늘과 바다와 섬은 공간이면서 시간이고, 인간의 원형적 고독과 외로움, 슬픔의 시원으로서의 섬이 된다.
그리고 기억의 변용이다.
 

[크기변환]신병은 -권진용 금오도 1.jpg

>권진용 작가. 금오도

그리하여 섬의 주인공은 그 섬에 사는 섬사람도 아니고 더구나 화폭과 앵글로 옮겨놓은 작가들도 아니다. 지금 작품을 보고 있는 감상자다. 그것은 오로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의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 기억의 상상력으로 삶의 지평을 안내해주는 이것이 예술의 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참여한 다섯 작가가 믿는 안목이기도 하다.

여수의 섬은 그들의 작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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