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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읽어주는 남자

기사입력 2019.02.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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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식의 詩 읽어주는 남자 -----

     

     매화

     

                        이성배

     

     

    , 진통이 시작 되었다

    난산이다

     

    마르고 굽은 가지까지 힘을 쓰기에는

    묵은 세월이 너무 무겁다

    지켜보고 있던 달빛

    입술이 바짝 마르고

    산파로 나선 바람

    제가 더 용을 쓰고 있다

     

    누구나 가슴에 꽃망울

    하나 씩 배고 있다

    그것이 꿈이던 추억이든

    또는 그리움이든

    만삭의 겨울

    무거운 걸음으로

    강을 건너고

    기다림은 언제나 아픔이다

     

    마지막 힘으로 비늘잎 찢고

    불두덩이 쑤욱 돋으면

    숨 죽이고 있던 별 하나

    잽싸게 달려들어

    꽃이 된다 

    우동식.jpg

    >우동식시인

    매화는 일찍 피기에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피어서 동매(冬梅), 눈 속에 피기에 설중매(雪中梅)라 하고, 꽃의 빛깔에 따라 하얀 것을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라 부르며, 꽃에 중점을 두면 매화가 되지만 열매에 중점을 두면 매실이 되는 유실수(有實樹)이다.

     

     지리산 자락 산청군 단속사에 가면 강회백이 심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정당매(政堂梅)와 함께 그 부근에서 남명매(南冥梅)와 원정매(元正梅)등 산청삼매를 만날 수 있다.

     

     몇 해 전 여수갈무리문학회 회원들과 문학기행을 갔을 때 640여년이 된 정당매가 고사 된 곁가지에서 핀 매화를 보면서 고매하고 은은한 향기에 압도 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성배시인은 그것을 진통 끝에 난산이라 했다.

     

     우주의 집중으로 잉태 한 꽃의 탄생은 신비하고 위대하다.

    어디에 품었다가 저 많은 꽃들을 피워낼까? 먼 길 걸어왔을 저 많은 꽃등,

    마지막 힘으로 비늘잎 찢고 불두덩이 쑤욱 돋으면 숨죽이고 있던 별 하나

    잽싸게 달려들어 꽃이 된다.

     

     가장 먼저 남쪽에서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추위에 굴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매화를 선비들은 매경한고불매향(梅經寒苦不賣香 )‘매화는 추위와 고통을 겪어도 향기는 팔지 않는다하여 사군자의 으뜸으로 여겼다.

    매화정신, 매혼(梅魂)을 매군(梅君)이라 하여 자네 또는 군자로 사랑했던 것이다.

     

     중국 송나라 임포는 절강의 소호에서 처자식 없이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에게 매화는 아내요 학은 자식 이었다. 그래서 풍류를 즐기는 이러한 삶을 매처학자(梅妻鶴子)라 했다.

     

     막 매화꽃소식 매신(梅信)이 전해져 오고 있다. 하얗게 꽃 핀 매화나무 터널 아래서 달빛과 함께 그윽한 매화주 한잔 하고 싶다. 그러면 내 가슴에도 매화꽃 피려나 누구나 가슴에 꽃망울 하나씩 배고 산다. 그리고 만삭의 겨울 무거운 걸음으로 강을 건너고 반짝이는 꽃이 되고자 한다. 향기가 되고자 한다. 열매가 되고자한다. 스스로 빛나고 스스로 아름다워지고자 한다.

     

     우동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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